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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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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소고 (小考)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요새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책과 좀 멀어져서 자주 못 찾아왔는데 슬슬 다시 시동을 걸어야겠습니다.

예전에 간단히 스케치한 글인데, 블로깅을 위해 정리했습니다. 책은 읽어야 하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읽어야 할지 몰라서 결국 포기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아직 독서경력은 미천하지만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과 비슷한 수준의 제가 짤막하게나마 가이드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만 작성한 글이지만 포괄적인 의미로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세한 글은 링크로...(본격 블로그 방문자 늘리기... ㅎㅎㅎ)

죄와 벌...
정말 재밌게는 읽었지만(이 두꺼운 책을 일주일 남짓해서 끝내다니 감격스럽다...) 역시 속도에 중점을 둔 독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텍스트 자체가 재밌어서 주욱 읽긴 했지만 읽고나니 머리에는 라스꼴리이꼬프의 이론밖에 남지 않았네요
인물과 사건, 배경에 모두 큰 뜻이 있다는 건 해설을 봐야 겨우 이해가는 정도;
아 역시 쉬운 독서가 아직 나에게는 맞나봅니다...
그러니까 스티븐 킹 예압!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
4월은 좀 바빠서 구플엔 신경을 못 썼더니 어느새 책세상엔 99+개의 글이... ㅠㅠ
멤버분들의 화려한 독서는 아쉽게도 다음에 찬찬히 감상하기러 하겠습니다... ㅎㅎ

이번주엔 꼬박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었는데요,
6년만에 다시 읽은 이 책에서 한가지 의문을 발견했습니다.
다시와 위컴에 대해 오해하는 바를 풀어쓴 장문의 편지를 읽은 엘리자베스는 이후 자신이 가졌던 편견을 부끄러워하고 다아시의 청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자, 여기서 심히 의심되는 게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여는 이유가 사람을 잘못 판단했고 그때부터 진짜 다아시의 품성이 보여서일까
자신의 오판을 보정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일까
다아시의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면서일까, 입니다.
저도 나이가 먹으니 캐릭터가 다르게 보이나봅니다.
아아, 엘리자베스도 은근히 속물기질이??? ㅎㅎ

그럼 행복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좀 자고 오후 근무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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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입니다.
재밌더군요.
권합니다.
역시 빨책!


034.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 데이비드 실즈

  그냥, 잡담. 책에 대한 내용은 얼마 없다.

  책에도 분명 교묘한 마케팅이 존재한다. 사재기 따위의 허섭한 수 말고, 은근히 얼굴을 내비치면서 책을 홍보하는 방법이다. 영상의 시대답게 책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자신을 홍보한다. 별그대에서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달빛 프린스에서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이었다. (오, 제목은 왜 이리도 긴가) 드라마셀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한데다 책 내용에 맞춰 각본까지 수정할테니 마케팅 비용 좀 대라는 요청까지 있었다니 방송이 책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영상만 있느냐, 조금 아날로그적이어도 듣는 홍보수단도 있다. 라디오는 한물 간 지 한참 됐고 이제 그 자리는 팟캐스트가 꿰어찼다. 김영하가 책을 읽어줄 때는 아는 사람만 알았던 팟캐스트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여러 매체의 홍보 의지(?)가 결합하여 많은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 책에 관련돼 가장 인기가 좋은 팟캐스트는 역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다. 저번 회에서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다루었는데 때마침 알라딘에서 <속죄> 반값 세일을 하면서 이 책이 반짝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어쩌면 우연을 빙자한 마케팅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차저차 잡담이 길어졌는데 뭐, 잡담하려고 쓰는 포스트니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국 하고픈 말이 무언가 하면, 빨책을 듣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샀다는 거다. 빨책을 듣기 전에는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고, 아마 알았던들 별로 땡기진 않았을 것이다. 에세이류는 웬만하면 피하는데다 워낙 재미없게 읽은 <죽음>도 한몫 한다. 책에 대한 에세이도 싫어하는데 죽음이라고 좋아할 성싶더냐. 하지만 빨책 신봉자에다가 팔랑귀인 난 이 책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빨책에선 정말 좋은 책이라고 썰을 풀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책이란 건 취향을 워낙 타는 것이고, 게다가 남들이 좋다고 말한 책을 읽었지만 크게 피를 본 적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띠지에 적힌 정재승의 추천사가 매우 거슬렸다. 읊어보자면

  "매력적인 책이다. 우리의 몸과 삶에 대해 쏟아내는 과학적 통찰력들이 우리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총널살인 같은 명언들에 취하고, 몸의 변화에 공감하며 읽다가, 결국 감동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는 책!"
(이것은 감성 마케팅이 분명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알라딘과 예스24는 이 책을 에세이와 교양인문학으로 분류하였다. 에스콰이어 리뷰에서는 회고록, 에세이, 인문서를 언급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결국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렇다. 이 책은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일단 인생을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의 4장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나이대에 해당하는 과학·생물학적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간단히 예를 들면 사람이 태어날 때를 말하면서

  "우리는 뼈를 350개 가지고 태어나는데(긴뼈, 짧은뼈, 납작뼈, 불규칙뼈), 자라면서 뼈끼리 붙기 때문에 어른의 몸에는 206개만 남는다. 우리 몸무게에서 70퍼센트쯤은 물이다. 지표면에서 물에 덮인 부분의 비율과 비슷하다."

라는 식이다. 과학적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뭔 재미일까. 저자는 이야기를 덧붙이는데, 첫째는 자신의 이야기이다. 나는 볼기분만이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잘해서 운동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다리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한 후 그 꿈은 접어야 했다. 젊었을 적부터 머리가 벗겨졌고, 허리가 매우 좋지 않다. 등등.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저자가 말하는 과학적 사실에 재미라는 양념을 쳐준다. 자신의 강점이었던 농구 이야기를 하면 독자는 자연히 농구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자신있어 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에세이의 소감이 굉장히 사변적으로 흐르게 하는 방식이지만 저자의 이야기가 재밌어서 참 다행이다. 저자와 아버지의 다소 상반된 모습(저자의 아버지는 매일 운동을 한단다. 97세인데도 말이다)도 흥미롭다. 다만, 앞선 과학적 사실과 개인의 이야기가 너무 얼개 없이 서술되는 방식이 많이 발견된다. 빨책에선 이런 뜬금없음이 굉장히 위트 있다고 말하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어색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일단 나부터 논리적 전개에서 너무 벗어나는 부분도 있고 대체 왜 이 에피소드가 여기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가 책을 전체적으로 넓혀준다면, 삶과 인생, 죽음에 대한 수많은 명언은 책에 깊이를 더해준다. 주옥같은 말들이 워낙 많아 이것만 다 옮겨도 꽤나 많은 양이 될 듯싶다.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이번 책은 갈무리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당장 책을 피면 좋은 글귀들이 많다. 몇 장만 펴보자.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_프랜시스 톰프슨 (33쪽)
나는 33세이다. 급진 혁명가였던 예수의 나이와 같다. 혁명가들에게 치명적인 나이다. _카미유 데물랭 (145쪽)
세상의 모든 쓸모 있고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없적은 25세에서 40세 사이의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_윌리엄 오슬러 (163쪽)
노인들에게는 접촉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키스와 포옹이 필요한 인생 단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의사 외에는 누구도 그들을 만지지 않는다. _로널드 블라이스 (251쪽)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한 순간의 것이었다. _엘리자베스 1세 여왕 (287쪽)

  죽음을 다루는 책은 결국 삶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더욱 가열하게 살라고 역설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사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동시에 시간이 참 느리다는 생각도 든다. 1초 1초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그 1초가 모이고 모여 1달, 1년이 되면 시간이 참 안 간다고 느끼기도 한다. 시간의 화살과 시합에서 결국 지고 우리는 언젠가 죽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아직 남은 시간을 보면, 아니 당장 바로 앞만 봐도 우리 인생은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빛을 가지는가! 마지막으로, 책 뒤표지에 쓰인 본문을 옮기고 잡담을 닫는다.

  "내가 이제껏 지지부진 늘어놓은 이야기는, 어쩌면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체는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 당신도,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물론,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세포들의 생명을 전달해주는 매개동물에 지나지 않아요. 유전자가 불멸하는 대신 우리는 늙어 죽는 대가를 치러야 해요. 아버지는 이 사실에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것처럼 느끼죠. 저는 그 사실에 짜릿하고 속이 시원해요. 제가 보기에 삶은 단순하고 비극적이에요. 그리고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워요.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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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호회. 2주 1권.
열린책들 고전 읽기. 2~3주 1~2권.
사내 1:1 독서모임. 2주 1권.
자음과모음 리뷰단.

뭔가 일을 잔뜩 벌렸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분간(정말 당분간) 재밌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다른 일을 즐길 시간이 부족하군요…
텍스트만 읽는다고 능사는 아닌데 말입니다.

운동하느라 바쁘네요~~~ ㅎㅎㅎ
책은 이미 뒷전입니다.
<무한도시 No.6> 같은 쉬운 책을 읽었으니 이제 좀 어려운 책을 읽을 차례인데...
<장미의 이름>은 아직도 상권 마지막에서 헤매고 있고 (잉 ㅠㅠ) 덕분에 다음 읽어야 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꺼내보지도 못했습니다.
진짜 이럴 땐 300권 다 팔아버리고 다시 시작할까란 생각이 절실합니다.
과욕은 그렇게 부담감이 되는 것이겠지요...
많이 읽기보다 천천히 읽기를 하고 싶어도 세상에 너무 읽을 거리가 많아서 번번히 실패하는 저에게 처방약이 있을까요???
없을 듯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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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어오네요 ㅠ
요즘 통 바빠서(사실 게임을 시작하는 바람에...) 책도 잘 못 보고 있네요 ㅎㅎ
좋은 소식 하나 물어왔습니다.

오늘 교보문고 '오늘의 반값'은 무려 '필립 K. 딕 걸작선 세트'입니다.
전에도 30% 할인을 하던 품목이지만 조금이라도 싸게 나올 때 사면 더 좋겠죠.
12권의 양질의 책을 단돈 82,750원에 들이세요 :)

알라딘에선 이 세트가 품절이던데 아마 교보문고에 뒤이어 비슷한 이벤트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구매해두시는 게 ㅎㅎ

링크: http://goo.gl/Qq6z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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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to the 노.

026, 028. 천사들의 제국 상, 하 -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실 <천사들의 제국>은 보려고 본 게 아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다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읽기는 조금 뭐하고 해서 가볍게 읽을 책이 없나 찾다가 한참 전에 결제한 베르나르 전집(베르나르 베르베르 앱에서 구입)을 봤다. 홧김에 산 세트에다가 <제 3인류 3>을 읽고 작가에게 배신감을 느껴 쳐박아두었는데. 여튼, 그나마 칭찬받은 <신>을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서문에 이 책은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에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하지 않는가. 어쩔 수 없었다.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고 그땐 베르나르밖에 선택권이 없었다. 결국 <타나토노트>부터 읽기 시작.

<타나토노트>는 고등학교 때인가 꽤나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뭐 어차피 얻고자 하는 교훈도 없고 스킬도 없고 상상력을 빙자한 시간때우기용이란 생각이 드는 베르나르의 책이기에 생각없이 휙휙 넘겼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일직선적인 단순한 스토리라인(사실 그게 장점이다)과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 감동 없는 이야기까지 고루한 책의 장점을 모두 가진 책이었다. 그러니까, 소년소녀 감성으로 읽어야 흥미가 동하는 책이고, 앞서 말했듯이 시간때우기용이다. 단, 베르나르의 자료수집력과 자료끼리 연관짓는 능력, 상상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멍-하니 <타나토노트>를 다 읽은 후 뒤이은 내용인 <천사들의 제국>을 바로 봤다. 예전에 <타나토노트>를 봤다면 당연히 <천사들의 제국>도 봤어야 했는데 분명히 읽은 기억이 없다. 왜냐고? 지금보다 더 쉬운 독서를 하던 그때에도 이 책이 재미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렸다. 전작에서 영계 탐사단이었던 미카엘 팽송이 환생점수를 다 채워 천사가 되었고, 그는 이제 세 명의 영혼을 맡아 600점의 환생점수를 채워야 한다.

그래, 바로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다운된다. 나는 팽송의 탐사 이야기를 보다가 갑자기 세 인간의 탄생담을 읽게 된다. 테라 인코그니타를 뒤로 밀며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던 용감한 개척자들의 이야기에서 자기 앞길 살기 바쁜 답답하고 미련한 인간의 이야기로 회귀한 것이다. 주인공이었던 팽송은 우주를 날아다녔는데 이번 주인공인 세 명의 인간(자크, 비너스, 이고르)은 한낮 자기 인생을 살 뿐이다.

작가도 세 캐릭터들만으로는 이야기의 볼륨을 유지하기 힘들었는지 천사가 된 팽송, 라울, 프레디, 그리고 마릴린 먼로(???) 이 넷이 자신들보다 더 높은 존재를 찾기 위해 탐사하는 이야기를 곁다리로 껴넣는다. 4명이 필요하면 전작에서 그럴 듯한 인물을 데려오든가 조금이나마 탐사에 당위성이 있는 인물이었어야 했는데 갑툭튀 마릴린 먼로라니. 이부터 영 아니올시다다. <천사들의 제국>은 인간이었던 <타나토노트>, 신으로 활동 할 <신>의 중간에서 천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분량과는 반대로 시리즈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스토리적 중심은 탐사에 있다. 결국 전(前) 영계 탐사단의 이야기가 메인이고, 진짜 곁다리는 자크와 비너스, 이고르의 인생이다.

이건 정말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네 명의 천사가 우리은하 외에 다른 운하에서 그곳의 천계를 찾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스토리인데 실상 이건 단편이나 중편으로 짧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다. 근데 여기에 세 명의 불쌍한 영혼의 이야기를 곁들여 이야기를 키웠다. 그것도 양장본 두 권으로 말이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중간에 이런 이야기를 쓸 수야 있지만 길이가 길어도 너무 길다. 물론 셋의 이야기에서 돌고 도는 순회과 숙명에서 오는 재밌는 운명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펠렉스와 아망딘의 만남, 화가 이야기) 에드몽 웰즈는 왜 지상의 인간에게 자신의 백과사전을 계속 쓰게 했는가. 쓸데없이 중간중간 들어가는 백과사전 내용은 왜 있는가.(자신의 정보수집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유 없는 내용도 꽤나 많은 듯하다. 

베르나르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신>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아마 내팽개쳤을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삶과 죽음, 운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철학적인 책'이라고 평한다. 세 번째 말하지만, 그저 시간때우기용 이상, 이하도 아니다. 혹평을 이렇게 길게 쓸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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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에 읽은 책

흠, 쉬엄쉬엄 읽다가 갑자기 버닝하니 역시 소설 비중이 엄청 높네요. 1월이랑 다르게 좀 고루하네요. 저번달은 그래도 사회학 서적 읽으면서 공부하는 마음이었는데... 뭐, 역시 독서는 즐기는 독서 아니겠습니까~~~



1.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김규항, 지승호
 - 내게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김규항이 말했듯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좌파정권이 아니라 자유주의정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쉽사리 발을 들여놓기 힘들다. 아직도 강력한 국가주의에서 못 벗어남도 깨닫게 되었고. 물론 국가주의는 쉽사리 벗어던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절절한 사랑의 경험이 없다면 이 책도 그저 그런 소설일 뿐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나에게 아직 베르테르는 잘 다가오지 않았다.

3. 스노우맨, 요 네스뵈
 - 정확히 1년만에 읽었는데 정말 재밌다. 현존하는 북유럽 스릴러 작가 중에 가장 빼어난 작가가 아닐까, 하고 지인이 언뜻 언질해주었다. 맞는 듯하다. 덕분에 <레드브레스트>와 <네메시스>를 연달아 구입했다.

4.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 왜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 동호회에서 읽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책이다. 우리의 사고를 옭아매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게 주제인 것 같다. 직장인에게 강력히 권하는 책이라면 결국 자기계발서인데, 지금까지의 계발서와는 달리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다. 계발서와 이론서 중간의 애매한 위치했다. 그래도 언급된 사례는 재밌는 편.

5.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 대충 읽고 내팽겨쳤다. 워낙 평판이 좋은 책이라 급하게 사서 폈건만 든 내용은 정말 별거 없다. 이전에 읽었던 작법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기술이 아닌 글쓰는 태도를 다루는 작법서는 이미 전에 많이 성행했고 많이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더 추천한다.

6. 우리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 어렵다. 사실 끝까지 읽지도 못했다. 양심에 어긋나지만 읽은 책 목록에 두었다. 재독을 고려하고 싶지도 않다.

7.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 이야기는 쉽지만 상징이 가진 주제성을 쉽사리 파악하기 힘들다. 상징은 대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쉬운데 전체 주제가 뭔가 알 듯 말 듯하다. 표면으로 보이는 주제는 이분법적 구분이 너무나 뚜렷해 과연 내가 독해를 바르게 한 것인가 의심된다.

8, 9. 타나토노트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에 구입해둔 <신>을 읽으려다가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에 이어지는 내용이라길래 <신>은 잠시 뒤로 하고 <타나토노트>를 폈다. 중학교 때 이미 봤기에 스토리만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주고 휙휙 넘겼다. 사실 딱히 남은 것도, 남을 것도 없는 책이긴 하다.

10. 또 하나의 약속, 이상민
 -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각색 소설이다. 영화와 소설은 각각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가장 큰 장점은 소설에선 각 화자마자 챕터를 나눠 서술을 달리함으로써 고루함을 없앤 것이다.

11. 킹의 몸값, 에드 맥베인
 - 처음 보는 87분서 시리즈. 87분서 수사관들보다 범인과 피해자의 이야기를 집중조명한다. 자신의 아들이 아닌 남의 아들을 위해 몸값을 지불해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주인공보다 오히려 독자의 도덕성을시험한다. 동시에 도덕적 딜레마까지 건드리는 좋은 소설.

총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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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소설입니다. 영화 장면이 떠올라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던. ㅠㅠ



023. 또 하나의 약속 - 이상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그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각색소설'이다.내용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간단히 책과 영화의 비교만 하고 넘어가자. 아주 간단히.

장점.
1. 인물들이 각 챕터마다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의 볼륨이 커졌다. 모든 인물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자를 여러 명으로 나눈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2. 역시 글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살아 있다.

단점.
1. 윤미 아버지인 상구의 강원도 사투리가 살지 않는다. 박철민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인데 책으로 옮기려니 아무래도 이 부분은 어려움이 있었던 듯하다.
2. 화자가 워낙 여러 명이기에 각 챕터별로 분량이 다소 적게 느껴진다. (이는 영화의 단점이기도 하다. 영화의 메시지나 의도는 좋으나 영화 '자체'로 보자면 완성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3. 이건 절대로 책으로 못 옮기는 건데, 영화의 초반, 중반, 후반,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울산바위 전경이다. 정말 영화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이다.

  만약 영화 '변호인'을 책으로 옮겼다 치자. 그걸 봤을 때 과연 감동이 올까? 영화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에 기대어 가는 부분이 꽤나 크기 때문에 그걸 옮긴 글은 영화보다는 감동이 덜할 것이다. 늘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영화 분위기는 불같기 때문이다. 반면 '또 하나의 약속'은 얼음 같다. 눈 나리고 입김이 새나오는 배경에 조용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바다가 등장한다. 분노를 터뜨리는 방향이 아닌 조용히 삭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영화적 재미는 '변호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이 각색소설이 재밌게 읽힌다. 이미 영상으로 본 내용에 대해 글로 봤을 때 각색소설 특성상 재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데(급감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다행히 이 책은 선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 포스트를 보고 있다는 건 이미 이 영화와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영화와 사회, 삼성에 대해선 구구절절 쓰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은 구절.


  문득 민규가 떠나면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보고 나만 정의를 추구하고 나만 올바르게 사는 사람인 줄 아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그래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정말로 나는 정의로운 사람인가? 그래서 늘 정의를 추구하며 살았는가? 그렇게 자문해보니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껏 내가 정의롭거나 그렇다고 남다른 정의감으로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선민의식 따위는 가져본 적이 없다. 난 단지 상식을 추구했을 뿐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상식적인 것을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혼자 잘난 맛에 정의감을 운운하고 정의의 용사처럼 군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어째서 사람들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두고 다르게 보고 정의니 뭐니 거창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걸까, 하고. 그건 아마도 그들이 무엇이 상식인지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마 그 물음에 답은 이 기나긴 싸움이 끝나면 알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지금도 말할 수 있다. 나는 정의감도 없고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단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지. 이 두가지가 그렇게 닮았나? _259,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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